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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묵은 건설산업 공사비 갈등… 지금 해결할 때

기재부, 사전‧예비 타당성조사부터 공사비 현실화해야 낙찰률 높여

국토교통뉴스 | 기사입력 2024/05/06 [11:03]

[기고] 해묵은 건설산업 공사비 갈등… 지금 해결할 때

기재부, 사전‧예비 타당성조사부터 공사비 현실화해야 낙찰률 높여

국토교통뉴스 | 입력 : 2024/05/06 [11:03]

▲ 전영준 건산연 실장  © 국토교통뉴스

우리 건설산업에서 ‘공사비 현실화’ 이슈는 지난 1953년 건설업법이 제정되어 건설업 면허가 마련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해묵은 갈등이자 숙제라 할 수 있다. 적정(適正) 공사 대가를 받는 공사비 현실화는 건설업 면허와 관계없이 이 땅에 건설물을 짓고 이를 제3자에게 도급 위탁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온 이슈일 것이다. 이는 공사를 위탁한 자(발주자)의 경우 가능한 한 싸게 좋은 건설물을 짓고 싶어 하고, 반대로 공사를 위탁받은 자(시공자)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최대한 많은 비용을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허나 최근 건설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에게 있어 공사비와 관련한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발주자의 경우 PF시장 경색 등으로 금융비용이 상승하고 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건설공사의 투자와 안정적 유동성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으며, 시공자의 경우 최근 공사비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여 적자 심화에 따른 정상적 채무상환이 어려운 취약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건설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전·후방산업 또한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건설투자 위축으로 인해 현상 유지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최근 급격한 공사비 상승에 따른 현상을 되짚어 보면, 그 심각성을 더욱 체감할 수 있다. 공공공사의 경우 최근 3년간 약 30% 이상 상승한 자재·인건비 상승분이 발주 금액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여 주요 대형공사를 중심으로 유찰이 반복되고 있으며, 중소형 공사 또한 공사비 부족 문제로 적자 공사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정비사업 등 민간공사의 경우 책임준공 및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불허 계약 조항에 따라 시공자의 피해 증가와 더불어 발주자-시공자 간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중단되는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조사한 LH공사의 최근 하도급률(하도급자에게 원도급자가 지급한 하도급금액 대비 발주자로부터 원도급자가 받은 원도급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의 경우 총 4,931건의 평균 하도급률이 10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도급자는 발주자에게 받은 공사비에 추가로 사비를 들여 하도급자에게 지급하고 있고, 하도급자 또한 공사비 절감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에 결국 원·하도급자 모두 공사수행 적자 현실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공사비 문제는 크게 구분해 보더라도 ‘품·단가’, ‘예산책정 구조’, ‘낙찰제도’, ‘불공정 관행’의 세부 내용을 해결해야 하는 다차원 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세부 문제만 놓고서는 전체 공사비 현실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5년 ‘공공건설 공사비 적정성 제고 방안’에 뒤를 이어 오랜만에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제시하였다. 23개 세부 방안에는 입찰제도 합리화부터, 적정 단가 반영, 물가 반영기준 조정 검토 등 다양한 대책이 포함됐다. 그 어느 때보다 공사비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함께 다루겠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됐다 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일례로 최근 대형 공공공사 유찰의 근본 원인은 사전타당성, 예비타당성 때부터 과소하게 산정되는 공사비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나, 이에 대해 고려치 않은 점은 가장 아쉽다. 또한, 그간 국토교통부가 표준품셈 및 표준시장단가의 현실화를 계속하여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소관 사항인 낙찰률로 대변될 수 있는 낙찰제도의 개선이 함께 개선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 문제가 중장기 과제로 반영된 점이 그러하다.

 

문제가 터지고 난 후 부질없는 행동을 한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기억하자.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어려움에 빠진 건설산업의 활력 제고와 이를 통한 지역과 민생경기 회복을 위해선 해묵은 공사비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공사비 정상화에 대한 기치를 올린 바로 지금 정부의 정책 보완과 민간의 생산성 개선 노력으로 외양간을 탄탄하게 고치는 활동이 더 가속화되기를 희망한다. 

 

 

전영준(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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